우리사업부는 딱 6명으로 이루어진 단촐한 조직이다.
2000년 7월 이후로 제오젠에 와서 일하면서 나는 많이 달라졌다.
2년 후에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다.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된 리더가 되고 싶었으나
급하게 속성으로 팍팍 쪄서만든 설익은 밥처럼.
나의 리더생활은 겉보기엔 그럴싸 했지만 실제로 씹어보면 완전 생쌀처럼 딱딱하고 소화도 안되는..
그런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 서른줄에 접어들려고 하는 지금도.
내 속의 리더가 하나도 자라나지 않고.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너무 작아진 리더를 찾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조금 커버린 아이가 아기때 행동을 하는 것을 가사시간에 퇴행이라 배웠는데.
내속의 리더도 퇴행을 거듭해서
이제...뱃속에서 다시 잉태를 기다리는..그런 씨앗이 되고 말았다.
떠나는 사람들로부터 생거나는 생채기.
조그만 바람에도 어쩔줄 모르고 흔들리는 나약함.
한없이 강하고 싶었고 실제로도 강했던..그 어느날에는 약해지고 싶었는데
지금은 약하다는 말로는 도저히 이 상황이 묘사가 안되는..
가벼움이 되고 말았다..
요즘, 회사 분위기도 흉흉하고.
내가 오랫동안 해오던, 나에게는 의미가 큰 프로젝트도 축축쳐져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질질끌리고 있었다.
지난주 회의시간에 나는 팀사람들에게 고백을 했다.
그간, 내가 너무 오랫동안 진행해오던 프로젝트가 너무 지루해서 쳐져있었노라고.
앞으로는 잘하겠다고..
오늘...팀이 막내가 ...한주 내내 너무 힘없어 보이길래..
가볍게 음료수 한잔 하자면서.
일이 어떠냐고....물어봤다.
당장 돌아오는 얘기가 지루하고, 머리 쓰는 일도 없고..다른팀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그런 얘기들이었다.
리더로서 뭔가를 제시해줘야 겠다고 생각한..나는...어쩔줄 모르는 답답함과 무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후에는 분노했다.
'도대체 저 녀석이 나한테 그런말을 할 수 있는가. 감히 다른 팀의 일과 비교할 수 있는가..
재미없어하면 재미있는 일쪽으로 보내주마..'
등..등등..
기여이..다시 막내와 얘기를 하게 되었고.
원하면 다른 팀으로 보내주겠노라고. 내가 힘써보겠노라고했다.
막내 역시 나의 강력한 반응에..황당하다는 반응이었고.
자기는 그냥 내가 음료수 마시면서 편하게 물어봐서.아무생각없이 편하게 대답했다고...
리더로서..감정을 자제못한 ..나.
리더로서 의연하지 못했던 나.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먼저 지루했었노라고...나름대로 편한 리더가 되고자 고백했던..
그러나 그것은 내가 해서는 안되는 말이었던..리더로서 신중하지 못했던 나.
정말..
내속의 리더는..
이제 갓 수정이 된..
태아처럼.
그렇게 작아져버린것이다.
나에게는 이제..내속이 리더를..거인으로 만들..
그런 과제가 주어졌다.
모범이 될 수 있는.
리더가 되겠다..
학교때부터 수없이 많은 리더를 해봤는데.
지금이 가장 서툰 리더노릇을 하고있는 듯하다.
애정의 문제일까..
무엇의 문제일까..
내가 이공간에서 리더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려면.
내속의 리더를 거인으로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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