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칠레에서 있었던 특별한 환경 복구 활동 소식을 접했다.
그 중심엔 사람들이 아닌, 세 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2017년 칠레 산티아고 근처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약 1만 헥타르 이상의 숲이 전소됐다.
불은 순식간에 나무를 태우고, 동물들의 터전과 생태계를 파괴해
그곳은 말 그대로 회색의 폐허가 되고 말았다.
그 참담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한 환경운동가인 프랜시스카와 그녀의 자매는 독특한 방식으로 복구를 시작했다.
그녀들이 선택한 방법은 ‘씨앗을 뿌리는 개들’.
세 마리의 보더콜리 – 다스(Das), 올리버(Olivia), 그리고 사바나(Savana) –

이 강아지들은 등에 씨앗 주머니를 메고 숲을 뛰어다녔다.
빠르게 움직이는 강아지들의 몸에서 씨앗이 자연스럽게 흩어지면서,
그 씨앗들은 불탄 땅 위에 떨어져 조금씩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 번의 활동으로 보통 수천 개의 씨앗이 퍼지며,
식물의 종류도 야생화, 토종 나무, 풀 등 다양하게 섞여 있다.
사람보다 빠르고 넓은 지역을 다닐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산림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 강아지들의 활동은 점차 주목을 받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그 자매는 정기적으로 강아지들과 함께
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실제로 녹색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산불 복구라는 무거운 주제 속에서도
단순하지만 창의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우리 일상에서도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회복시키거나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낀다.
지금 내가 매일 반복하는 일,
아이 등원시키고, 회사 다니고, 집안일 하는 이 바쁜 루틴 속에서도
내 나름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지금은 잘 보이지 않아도,
언젠가는 푸르게 자라날지도 모르니까.
최근 경상북도에서 번지고 있는 산불들도 빠른 진화와 함께 복구 소식도 전해지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