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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드 더 시티』, 다시 꺼내보는 뉴욕의 연대기

시간.기록 2025. 3. 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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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묘하게 뛰는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 대한 리뷰를 아래에 준비해봤어요.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한 시대의 여성들을 대변한 상징이자 용감한 자기 고백의 연대기였습니다. 잊히지 않을 네 명의 여자들과 뉴욕이라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엮어낸 인생의 리듬을 함께 다시 음미해보죠.

도입: 다시, 그녀들을 만났다

쿠팡플레이에서 『섹스 앤드 더 시티』가 전편 공개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치 예전 일기장을 우연히 다시 펼쳐본 듯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20대 초반, 자취방 작은 텔레비전 앞에서 조심스레 보던 드라마. 사랑이 뭐고, 섹스는 또 어떤 의미며, 일과 자아, 우정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그저 그녀들이 내뿜는 자신감과 솔직함에 취해 따라 웃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나는 40대 중반. 회사에서 치이고, 아이 학원 시간표 외우기에 바쁜 어느 날, 다시 캐리 브래드쇼와 그녀의 친구들이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너는 그 후로 어떻게 살고 있어?" 하고.


작품 정보

  • 제목: 섹스 앤드 더 시티 (Sex and the City)
  • 감독/크리에이터: 대런 스타 (Darren Star)
  • 출연진: 사라 제시카 파커, 킴 캐트럴, 크리스틴 데이비스, 신시아 닉슨
  •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 원작: 캔디스 부시넬의 동명 칼럼
  • 플랫폼: 쿠팡플레이
  • 방영 기간: 1998년 ~ 2004년, 총 6시즌

줄거리 요약 – 하이힐로 걷는 도시의 초상

『섹스 앤드 더 시티』는 뉴욕을 배경으로, 서른을 갓 넘긴 네 명의 여성들이 사랑, 섹스, 커리어, 우정, 자아를 탐색해나가는 여정을 다룬다.

칼럼니스트 캐리 브래드쇼는 그녀의 경험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며,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한다. 사랑을 갈망하는 샬롯, 성적 자유를 구가하는 사만다, 커리어 우먼 미란다. 각기 다른 욕망과 상처, 삶의 리듬을 가진 이 여성들은 함께 웃고 울며, 도시의 밤을 살아간다.

드라마는 매회 “나는 이런 질문을 해본다”는 캐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며, 시청자에게 삶의 모서리를 조심스럽게 들이민다.


연출과 스타일 – 시대를 앞서간 ‘솔직함의 미학’

이 드라마가 1998년에 첫 방영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2020년대에 와서야 겨우 수면 위로 올라온 여성의 성적 욕망, 자아의 해방, 관계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섹스 앤드 더 시티』는 이미 20년 전부터 이야기하고 있었다.

  • 카메라는 종종 그녀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 편집은 빠르고 경쾌하며, 때론 다큐멘터리처럼 인터뷰 형식으로 삽입된 장면들이 극의 현실감을 더한다.
  • 패션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캐릭터의 자아와 욕망을 입힌 언어였다.

특히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는 캐리의 튀는 패션 감각을 통해 “여성은 자기 자신을 정의할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드러냈다. 그녀가 입은 툴 스커트나 마놀로 블라닉 힐은 단지 예쁜 옷이 아니라, 자기 선언이자 여성성의 권리였다.


캐릭터 분석 – 여성의 네 얼굴, 혹은 하나의 자화상

캐리 브래드쇼 (Sarah Jessica Parker)

펜 하나로 감정을 풀어내는 도시의 시인. 사랑에 집착하고, 매번 실패하면서도 다시 문을 두드리는 낭만주의자. 그녀는 때로 이기적이고, 우유부단하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우리의 어딘가도 늘 캐리처럼 흔들린다.

사만다 존스 (Kim Cattrall)

몸과 마음의 자유를 거침없이 누리는 PR 전문가. 섹스에 대해 한 치의 죄책감도 없이 말하고, 늙음과 병에조차 도전하는 그녀는 여성 욕망의 당당한 얼굴이었다. 지금 봐도 여전히 선구적이다.

미란다 홉스 (Cynthia Nixon)

냉철한 변호사, 가장 현실적인 여성.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내면의 외로움을 숨기지 못하고, 결국 ‘돌봄’과 ‘관계’의 방식에 대해 다시 배우는 인물. 커리어와 육아를 병행하는 현대 여성의 아이콘이다.

샬롯 요크 (Kristin Davis)

사랑과 결혼, 가정을 신봉하는 보수적 이상주의자. 하지만 그녀도 결국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전통적 가치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을 맞는다. 그녀의 변화는 조용하지만 깊다.


『섹스 앤드 더 시티』는 끊임없이 묻는다.

“사랑은 우리를 완전하게 하는가, 아니면 더 복잡하게 만드는가?”

결혼, 육아, 커리어, 섹스, 우정... 이 모든 것들은 늘 사랑의 언저리에서 얽히고설킨다. 그녀들이 진짜 원하는 건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용기'였다.

특히 미스터 빅과 캐리의 반복되는 이별과 재회는, 관계의 중독성과 자기 부정의 패턴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된 감정이 얼마나 쉽게 자기 기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캐리는 몸소 체험한다.

재즈풍의 오프닝 테마부터, 도시의 밤거리를 채우는 감성적인 배경음악까지. 음악은 드라마의 정서를 견고히 만든다. 그리고 대사들... 가끔은 날카롭고, 가끔은 웃기고, 가끔은 심장을 후벼 판다.

“Some people are settling down, some people are settling, and some people refuse to settle for anything less than butterflies.”

— Carrie Bradshaw

설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사랑, 그런 사랑을 꿈꾸며 살아간다는 것. 현실에선 참 불편하고 위험한 신념이지만, 그녀들은 그걸 감히 외친다.


지금 이 작품을 다시 보는 이유

2020년대의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다양한 성적 정체성과 관계의 스펙트럼을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랑 앞에서 미숙하고 어리다.

『섹스 앤드 더 시티』는 완벽하지 않다. 백인 중심의 캐스팅, 계급적 편협함, 때로는 자기 모순적인 서사들까지. 지금 시선에서 보면 비판받아 마땅한 요소들도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여성의 삶을 ‘솔직하게 말하는’ 첫 시도 중 하나였다. 단지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 몸, 선택을 서사 중심에 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들은 친구였다. 우리가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이야기의 시작점은 결국, 함께 웃고 울어줄 친구라는 것.


총평 & 별점

별점: ★★★★☆ (4.5/5)

한줄평: 사랑보다 깊은 건, 여전히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용기.


추천 대상

  • 진솔한 여성 서사를 찾는 2030 여성
  • 복잡한 연애 감정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이들
  • 한때 이 드라마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 – 이제는 다른 눈으로 볼 시간입니다.

다시 꺼낸 『섹스 앤드 더 시티』는 마치 오래된 구두 같다. 뒤축은 닳았지만, 그 안에 배인 기억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시절 우리는 그녀들을 보며 어른이 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어른이 되어 다시 그녀들을 만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다시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