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TV, Book..

퇴마록 덕후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굿즈로 소환될 뿐

시간.기록 2025. 3. 27. 08:06
728x90

“퇴마록 굿즈 텀블벅 14,000% 달성”이라는 대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네, ‘퇴마록’이요.

대한민국에서 한때 초등학생들의 서가를 점령하고, 중학생들의 소설 습작을 유도하며, 고등학생들의 내신을 위협했던 그 작품.

그 이름만으로도 오컬트, 신화, 철학, 액션, 인간 존재의 본질까지 한꺼번에 소환해버리는 퇴마록.

그런 퇴마록이 굿즈로 다시 돌아오자, 사람들이 뭘 했냐고요?

지갑을 꺼냈습니다. 아주 뜨겁게, 전투적으로.

 
출처 - 퇴마록 공식 X

퇴마록, 그 이름에 반응하는 사람들

사실 퇴마록 팬들은 어디 숨어 있었던 게 아닙니다.

그들은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다만, 세상이 그들을 잊었을 뿐이죠.

  • 회사에서 회의하다가 “퇴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동자가 흔들리는 사람
  • 동아리방 책장 한구석, 때가 탄 ‘강림편’ 3쇄 초판본을 보고 갑자기 말수가 줄어드는 선배
  • “나는 윤인완보다 전민희보다 이우혁이었다”고 선언하는, 아련한 문학청춘들
  •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도 하드디스크 어딘가에 직접 그린 ‘류진과 해랑의 팬아트’를 묻어둔 자들…

이들은 특정 세대의 이면심리적 고향에 퇴마록이 박혀 있다는 증거입니다.

퇴마록 팬은… 한 번 빠지면 절대 못 나옵니다. 어차피 퇴마는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14000%는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집착이다.

텀블벅 굿즈 프로젝트가 처음 열렸을 때, 팬들의 반응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거의 영혼의 호출에 가까운 것이었어요.

  • “어린 시절의 나에게 선물하는 거야.”
  • “이우혁 작가님, 아직 살아계셨구나…!”
  • “현생은 망했지만 굿즈는 건졌다.”
  • “이거 사면 퇴마력 +3 오르는 거죠?”

해당 프로젝트는 목표 금액 300만 원이었지만,

무려 4억 2천만 원 이상을 모금하며 플랫폼을 뒤흔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퇴마록은 그냥 소설이 아니라, 한국형 세계관에 대한 향수와 종교에 가까운 믿음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왜 퇴마록은 아직도 이렇게 사랑받을까?

이 질문, 진지하게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90년대에 출간된 이 소설은 2025년에도 ‘돈을 쓸 가치’가 있는 걸까요?

  1. 세계관의 밀도
  • 불교, 기독교, 샤머니즘, 심리학, 외계 문명까지…
  • 말도 안 되게 많은 설정을 억지스럽지 않게 녹여낸 이우혁 작가의 집요함.
  1. 캐릭터의 매력
  • 윤도현도 아니고, 윤인완도 아닌… 윤현.
  • 그의 무심한 듯 깊이 있는 통찰과,
  • 한민이라는 가장 한국적인 인물의 인간적인 매력.
  • 그리고 무엇보다, 해랑.
  • 모든 퇴마록 팬이 가슴에 품고 있는 바로 그 이름.
  1. 시대정신
  • 90년대의 불안과 혼란, 2000년대 초의 종말론적 상상력을 고스란히 담아낸,
  • 당대 청춘들의 철학적 욕망이 반영된 작품.
  1. 한 문장 한 문장이 주는 여운
  • “진실은 신념 속에 있을 수 없다. 진실은 진실 그 자체일 뿐이다.”
  • 이런 대사를 열네 살에 읽었다고요? 세상에…

이제 퇴마록 팬들은 어디에 있나요?

  • 회의실에서 조용히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그림자가 움직인다”고 혼잣말하는 과장님
  • 수험생 자녀 몰래 서재에 퇴마록을 쌓아두고 “인생에 진짜 도움이 되는 건 이거야”라고 말하는 엄마
  • 인스타 스토리에 ‘퇴마록 굿즈 도착!’ 인증하면서 갑자기 10년 만에 연락 오는 친구

퇴마록 팬들은 다시 소환되었습니다.

마치 흩어진 일족들이 봉인 해제를 감지하고 귀환하듯.


퇴마록 팬이라는 정체성, 그것은 어쩌면

사람들은 말합니다. “아직도 퇴마록 좋아해?”

하지만 진짜 퇴마록 팬은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좋아하는 게 아니야. 난 그 세계에 있었어.”

퇴마록은 한때 우리가 꿈꾸던 세계입니다.

인간의 어둠과 빛, 신화와 현실의 경계, 존재의 이유를 묻던 시절.

그 시절을 통과한 사람이라면, 결코 퇴마록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건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사춘기와 철학의 문턱에서 함께 울던 친구니까요.

그리고 이제, 그 친구가 굿즈로 돌아왔다

텀블벅 14000%.

그건 숫자가 아니라, 기억의 복권이자 감정의 증표입니다.

혹시 당신도 어릴 적 퇴마록을 읽었던 그 아이였나요?

그렇다면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굿즈 하나쯤은 사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모두 퇴마록에서 왔으니까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출처 - 퇴마록 공식 X
출처 - 퇴마록 공식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