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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약한영웅 Class 1〉 리뷰

시간.기록 2025. 4. 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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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단순한 학교 폭력 드라마가 아니다

처음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진 솔직히 반신반의했어요. '웹툰 원작', '학원 액션', '복수극'이라는 키워드가 이미 너무 많이 소비되어서 식상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죠. 그런데 〈약한영웅 Class 1〉은 그 익숙한 장르적 틀을 비틀어,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그것도 아주 조용하고 정제된 방식으로요. 마치 연필심 끝으로 찌르는 듯한 서늘한 폭력, 그리고 그 안에 녹아든 고독.

🎬 작품 정보

  • 제목: 약한영웅 Class 1
  • 원제: Weak Hero Class 1
  • 감독: 유수민
  • 출연: 박지훈, 최현욱, 홍경, 이연
  • 플랫폼: 넷플릭스 (2024년 12월 서비스 시작)
  • 장르: 학원, 액션, 드라마
  • 원작: 네이버 웹툰 〈약한영웅〉 by 서패스(글), 김진석(그림)
  • 회차: 총 8부작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없음)

작고 말 없는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은 학교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용한 학생입니다. 그러나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폭력이 자신에게로 번졌을 때, 그는 비상한 두뇌와 계산된 움직임으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저항합니다. 그의 곁에 ‘안수호’(최현욱 분), ‘오범석’(홍경 분)이라는 또래 친구들이 생기고,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지키며 위험한 싸움에 휘말려 갑니다.


인물과 연기 – "연시은은 조용한 칼이다"

박지훈은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단단히 입증했습니다. 그가 연기한 연시은은 대사보다는 ‘정지된 눈빛’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폭력을 혐오하지만 정당하게 반격하는 시은의 모습은 수동적이지 않은 지성의 폭력을 보여주죠. 박지훈 특유의 단정한 얼굴과 차가운 눈빛이 그 이중성을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최현욱(안수호)은 단순히 싸움 잘하는 ‘일진형 캐릭터’로 소비되지 않아요. 그는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지켜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본능은 가족에서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갈증으로부터 온 것처럼 느껴졌어요. 홍경(오범석)은 불안정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후반부에 가장 극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냅니다.


🎥 연출과 미장센 – "묵직하고 절제된 아름다움"

감독 유수민은 ‘액션’을 물리적 싸움 그 자체가 아니라, 심리의 대결로 묘사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입니다. 액션 장면도 진부한 느린 편집 없이, 빠르고 뚝뚝 끊기는 듯한 현실적인 속도감으로 구현됐습니다. 손톱으로 긁는 듯한 날카로운 카메라 무빙, 그리고 거친 숨소리와 호흡을 강조한 사운드 디자인이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죠.

학교 복도, 계단, 옥상, 좁은 골목—이 모든 일상의 공간이 폭력의 무대로 바뀌는 순간은 낯설고 불쾌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마치 평범한 세계 위에 불균형한 감정이 투사되는 것처럼.

 

💬 대사와 대사 너머 – “진짜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길 수 없으면, 최소한 버티기라도 해.”

– 연시은

이 대사는 이 작품의 철학을 집약합니다. 연시은은 싸움을 즐기지 않지만, 도망치지도 않습니다. 그의 싸움은 '생존'보다는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저항에 가깝죠. 그는 약자지만, ‘무력한 자’는 아닙니다.

우리는 때로 누군가의 주먹보다 더 잔인한 말, 무시, 구조적인 방관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갑니다. 그 안에서 “버티는 것 자체가 싸움”이라는 시은의 철학은, 단지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서서 이 사회 전체에 투영될 수 있는 메시지입니다.


캐릭터 해석 – "부서지기 직전의 소년들"

각 인물은 단순한 선악으로 나뉘지 않아요. 특히 ‘오범석’은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는 연시은에게서 희망을 보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그 세계에 낄 수 없음을 알아버리죠. 그래서 애정이 증오로 뒤틀리고, 그 감정의 비틀림이 만든 파열이 이 작품의 진짜 폭발입니다.

수호는 ‘등지고 싶은 세계’를 안고 살지만, 여전히 연시은을 향한 신뢰를 끝까지 놓지 않습니다. 이건 우정이 아니라, 일종의 ‘연대’입니다. 서로를 지키려 했던 이 소년들의 시도는 실패했지만, 그 불완전한 시도가 주는 순도 높은 감정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범석, 관심이 필요한 열등감 소년

  • 원작에서 ‘오범석’은 조연 이상의 존재감은 없었지만,
  • 드라마에서는 비극의 핵심 트리거가 됩니다.
  • 드라마는 범석의 심리 변화, 열등감, 소외감, 그리고 그로 인한 배신을 정교하게 다뤄
  • 우정의 붕괴와 그 후폭풍에 서사를 집중합니다.

안수호, 맨주먹으로 세상과 맞서는 아이

안수호는 이 이야기에서 ‘물리적으로 강한 사람’이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장 약한 사람입니다.

그는 늘 누군가를 보호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보호받지 못한 사람이기도 하죠.

그의 서사는 이런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까지 부서져야 할까?”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두 사람을 모두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 부서진 마음 안엔 여전히 무조건적인 신뢰와 헌신이 남아 있었죠.

그래서 시은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수호는 아마도 다른 누군가를 지키려 또 싸울 겁니다.

연시은, 약하지만 무너지지 않아

시은은 힘이 없습니다. 키도 작고 체격도 왜소하죠.

하지만 그는 머리를 씁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대의 심리와 상황을 꿰뚫는 냉철한 분석력을 가지고 있어요.

“싸움은 계산이야. 몇 명이고, 어떻게 움직이고, 누가 먼저 덤비는지가 중요하지.”

이건 단순한 두뇌플레이가 아닙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감정을 억제하고, 항상 냉정해야만 했던 아이의 자기 방어 기제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는 폭력이라는 도구를 이성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결코 폭력을 즐기지 않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죠.

“자기를 지키기 위해선, 때로는 반격도 필요하다”는 삶의 철학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


🌏 사회적 맥락 – 학교, 폭력, 그리고 시스템

〈약한영웅〉은 학교폭력의 문제를 다루지만, 그것을 단순히 ‘폭력의 잔혹함’으로만 묘사하진 않습니다. 왜 이런 폭력이 반복되는가, 왜 교사는 방관하는가, 왜 아이들은 침묵하는가—이 구조적인 질문이 작품 곳곳에 숨어있죠.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는 ‘수평적 문화’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위계와 눈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아요. ‘연시은’은 결국 우리가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조용히 투쟁하는 얼굴들의 상징일지도 모릅니다.


폭력보다 더 잔인한 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지나가는 교실의 공기였다.

 

 

 

학원폭력이라는 외피를 벗겨내면, 이 이야기는 결국 세상의 침묵과 부조리에 맞선 약한 자들의 싸움이라고 하겠다.

시즌2 공식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며 그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예고편 첫마디를 "수호야" 로 시작하기 있냐? ㅜ.ㅜ